경제적 빈부 격차 N잡러 키워
욜로·워라벨 '엣말'…고물가 고금리에 일감 찾는 1인 가구

 

사진=미리캔버스/디자인=안지호 기자
사진=미리캔버스/디자인=안지호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은 우리 사회의 많은 것을 바꿨다. 그 중 하나가 1인 가구의 라이프스타일이다. 욜로, 플렉스를 찾던 1인 가구가 계획적인 소득·자산 관리에 집중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성향을 보이게 된 것이다. 삶의 질을 중시하고 자아실현을 추구하는 1인 가구의 라이프스타일 방향성은 같지만, 그 방법이 달라져서다. 1인 가구의 40% 이상이 'N잡러'란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에 [1코노미뉴스]는 N잡러 1인 가구의 목소리를 통해 달라진 1인 가구의 삶을 조명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워라벨이란 말이 유행했었잖아요. 딱 그때쯤 혼자 살기 시작했습니다. 안정적 직장, 퇴근 후 여가활동, 자유로운 삶. 로망이었죠. 근데 현실은 N잡러입니다. 일의 연속이죠."

직장인 전소연(32)씨는 N잡러다. 그가 활동하는 직업은 3개. 회사원, 배달원, 인플루언서다. 

N잡러는 복수의 직업을 가진 사람을 말한다. 본업과 부업을 겸하는 건데, 과거 투잡·쓰리잡과 달리 불리는 이유는 하고 싶은 일을 부업으로 즐기면서 수익도 창출해서다. 

그런데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N잡러 역시 달라졌다. 자아실현보다는 소득 창출에 초점이 맞춰졌고, 생계를 위한 부업과 구분이 어려워졌다. 

30대 1인 가구이기도 한 전씨가 그렇다. 스스로를 N잡러라고 칭하는 전씨는 퇴근 후 자전거 배달 알바를 한다. 외로움도 달래고 운동도 돼 일거양득이란 게 전씨의 말이다. 주말에는 카페를 가고 유튜브 영상을 만든다. 감성 가득한 카페를 찾아가 직접 촬영하고 이를 편집해 블로그, 인스타, 유튜브에 올린다. 부업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입은 월 100만원. 월급과 합치면 매달 400만원대 수입을 거둬들인다.  

사진 = 전소연씨
사진 = 전소연씨

이처럼 시간을 쪼개가며 N잡러의 삶을 사는 전씨는 행복할까? 

그는 "솔직히 일상이 피로하다. 배달도 인플루언서 활동도 스스로 선택한 일이지만, 이제는 포기하기도 어렵다. 생활이 이미 고정돼 당장 100만원이 사라지면 힘들 것 같다"며 "지금의 삶에 만족하지도 않지만 불행한 것도 아니다"고 토로했다. 

전씨가 부업을 하는 이유도 '생활비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좋아하는 것을 사고, 여행을 떠나기 위해 부족한 자금을 충당하기 위함이다. 

N잡러의 삶을 사는 1인 가구는 전씨뿐이 아니다. 

최근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22년 한국 1인 가구 보고서'를 보면 1인 가구의 라이프스타일에 변화가 있음이 드러난다.

보고서는 '1인 가구는 욜로의 가치관을 가지고 저축 대신 소비를 많이 할 것이다'란 인식은 '오해'라고 밝힌다. 

근거로 1인 가구의 42%가 다양한 부업을 통해 수입을 다변화하고 있음을 들었다. 부업 목적도 여유, 비상 자금 마련이 31.5%로 가장 많았다. 이어 시간적 여유가 19.4%, 생활비 부족은 14.1%로 집계됐다. 

부업 유형은 앱테크, 배달 라이더 등이 86.2%로 가장 많았고 원고 작성, 번역, 서비스 아르바이트 등이 31%로 뒤를 이었다. 

또 1인 가구의 월 소득 중 소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44.2%로 2020년보다 13.4%포인트나 준 반면 저축은 44.1%로 9.8%포인트나 늘었다. 

미래를 위한 준비도 착실히 하고 있다. 1인 가구의 62.5%가 개인연금을 보유하고 있고, 88.7%가 보험을 가입했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22년 한국 1인 가구 보고서'./인포그래픽 =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22년 한국 1인 가구 보고서'./인포그래픽 =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이처럼 1인 가구의 삶은 2년 전과 달라졌다. 심지어 자발적 1인 가구 요인으로 꼽히는 '혼자가 편해서'는 감소하고 비자발적 요인인 '학업·직장'이 늘었다. 

사회적으로도 코로나19 이후 '욜로' '소확행' '워라벨'을 따지던 분위기가 바뀌었다. 특히 최근에는 '돈'에 민감해졌다. 주식, 코인, 부동산 등 재테크가 세대를 막론하고 유행하면서 경제적 빈부 격차도 커졌다. '전업만으로는 부를 쌓을 수 없다'는 인식이 팽배해진 것이다. 여기에 고물가까지 겹치면서 월급만으로는 생활하기에는 여유가 없다.

이로 인해 N잡러 인구가 급증했고, 1인 가구 역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취업자 중 62만9610명이 부업을 하고 있다. 불과 2년 전인 2020년에만 해도 47만명 수준이었다. 

N잡러의 상당수는 1인 가구일 것으로 추정된다. 1인 가구 증가 추세와 동일하게 N잡러가 늘고 있고, 시간적 여유와 자아실현 욕구가 강한 1인 가구가 상대적으로 부업에 용이해서다. 

김영재 평택대학교 교수는 "1인 가구의 상당수가 부업을 경험했거나 부업을 하고 있다. 또 N잡러에 대한 관심도가 높고 이를 희망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현재 각종 1인 가구 지원 프로그램은 단순히 취미활동 기회 제공에 그친다. 1인 가구가 재능을 살려 N잡러의 길에 들어설 수 있도록 보다 체계화된 지원을 한다면 장기적이고 체감도 높은 1인 가구 지원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1인 가구의 라이프스타일이 변화하면서 각종 산업에도 영향이 생기고 있다. 거침없이 성장하던 구독서비스는 눈에 띄게 둔화됐고, 배달음식 수요도 줄었다.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가 지난 9일 집계한 사용자 수 통계를 보면 가정·생활 앱 MAU는 지난 4월 거리두기 해제 이후 600만명가량 줄었다. 스마트홈·IoT·가구·인테리어 부문 앱 MAU도 6월 이후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음식 배달앱 MAU 역시 지난 4월 2374만명에서 9월 2283만명으로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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